미국.홍콩 영화 기획.연출자에서 친환경 레스토랑 오너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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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샐러드앤미미 대표 정희경씨
“제주인들의 미적 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돌담과 골목, 초가, 산담이 있는 무덤에 매료됐죠. 제주에 정착한 이유 중 하나는 올레를 만든 도민들의 미적 수준 때문입니다.”

여행으로 전 세계 안 가본 곳이 없다는 정희경씨는 지난해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샐러드앤미미’를 차렸다.

원래 이 가게는 2010년 서울 청담동에서 오픈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알음알음 올 정도로 신선한 유기농 재료를 이용한 음식은 대박을 터뜨렸다.

마니아들까지 생기면서 명예와 부를 쌓았지만 미련 없이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에 정착했다.

“돈만 벌면 재미없잖아요. 내가 이민을 갔던 미국 플로리다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는 제주도에 갔지만 서울에 있는 단골들은 일부러 가게를 찾아왔다. ‘흑돼지고기피자’, ‘감귤효소주스’, ‘딱새우 우동’ 등 제주에서 개발한 메뉴와 신선하고 푸짐한 야채샐러드는 여전히 주가를 올렸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시지는 제주산 돼지고기로 만들었다.

정작 제주사람들은 친환경·유기농 레스토랑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선 유기농채소라고 하면 사족을 못 쓰는데 제주사람들은 그저 그런 반응을 보여요. 청정한 곳에 살다보니 굳이 유기농이니 친환경이니 따질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그는 과거 경력을 살려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애월읍 수산저수지의 한 펜션에 분점을 냈고, 한담동 해안가에는 여름 한철 장사를 위해 미니 판매점을 열었다.

제대로 된 본점을 구축하기 위해 유수암리에 있는 가게는 8월 초에 접고, 오는 10월 한경면 청수리에서 새롭게 오픈한다.

정 대표는 “시멘트 벽돌이 아닌 제주의 돌(현무암)이 박힌 오리지널 ‘감귤창고’를 청수리에서 발견했다”며 “창고 주위에 유기농 감귤농장이 있어서 감귤을 이용한 빵과 쨈, 주스 등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들 눈에는 허름한 감귤창고로 보이지만 그의 눈에는 가장 이상적인 레스토랑 공간으로 꼽히고 있다.

통풍이 잘되고, 지붕이 높아 공간이 넉넉한데다 제주 현무암으로 지어져 로컬푸드(향토음식)와 슬로푸드(건강한 식재료)를 추구하는 그의 취향에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감귤창고가 정감이 있고 예쁘게만 보여요. 물론 돋보이게 인테리어를 하고, 내부는 편리하게 꾸며 놓지만 외벽은 그대로 둘 거예요.”

제주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정 대표는 국적이 ‘미국인’이다.

서울 출신인 그는 1976년 고등학교 1학년 당시 미국 플로리다 탬파로 이민을 갔다. 멕시코만 바다는 제주 바다처럼 푸르고 아름다웠다. 따뜻하고 습한 기후 역시 제주도와 매우 닮았다.

25년 동안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드라마와 영화, 음악에 대한 연출과 기획을 맡았다.

홍콩에선 ‘아비정전’, ‘중경삼림’ 등을 만든 왕가위 감독이 운영하는 택동영화사에서 일을 했다. 그는 양조위·장만옥·장첸 등 홍콩 유명배우들이 한국 진출과 관련, 모든 기획을 총괄했다.

그는 2005년 제주에 대한 콘텐츠 개발을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미국 플로리다와 닮은꼴에 푹 빠져버렸다.

그의 딸은 현재 미국 보스턴에 있으며 딸에 대한 사랑과 생활에 필요한 지혜를 담은 책을 지난해 펴냈다. 수필집 제목은 ‘엄마의 사소하고 소소한 잔소리’다.

잘나가던 영화·연예 프로듀서에서 음식점 대표로 인생을 전환한 것에 대해 정 대표는 “그동안 회사와 배우들을 위해 연출과 기획을 해줬는데 남은 인생은 나 자신을 위한 연출과 기획을 하고 싶었다”며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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