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가 천덕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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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문화의 축으로
“웃지 맙써!(웃지 마세요)” 희화화 대상이던 사투리의 위상이 변했습니다. 삶과 정서, 역사와 관습이 녹아있는 문화유산인 사투리가 언어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 중입니다. 누리군 모임 ‘탯말두레’는 최근 “표준어 일변도의 어문정책을 폐지하고 학생들에게 사투리를 교육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답니다. 사투리는 해당지역 문화 역사의 응축물로 우열이 없고 비하 대상이 아니라 문화의 근간이자 자산이라고 명토 박았죠. 학계도 표준어에 같은 뜻의 사투리들을 편입시켜 한국어 어휘를 풍부하게 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중문화도 사투리를 동원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고, 언론도 사투리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알암수광?(아시나요)” 제주사투리! 빠질 수 없죠. 고어의 ‘ㆍ’(아래 아) ‘△’(반치음) 등이 살아 음가가 독특하고 명사 매김이나 동사 부림도 유별납니다. 단연코 사투리 열풍의 선두대열에 설 수밖에요. 뭍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모두 귀를 쫑긋 세우잖아요. 사투리로서 가치 충만한 셈이죠. 그러고 보니 최근 ‘괸당’이란 사투리가 전국적인 이목을 끌며 자연스레 학습되는 ‘행운’도 얻었네요. 5·31 최대 격전이던 도지사 선거에서 제주특유의 ‘괸당문화’가 승패의 변수로 작용해 매스컴에 줄곧 등장한 덕분이었죠. 제주사투리 살짝 더 맛볼까요? 채소는 송키에 호미는 골갱이, 귀엽다는 아꼽다. 그네는 굴메, 요보록소보록은 알뜰살뜰….

“어떵허꽈?(어떤가요)” 국립민속박물관이 2007년 제주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6월 동안 도내 초등학교에서 ‘찾아가는 민속박물관’을 열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대흘교에서 시작해 23일 물메교까지 농촌지역 14개교를 찾아 ‘종이와 우리의 삶’을 주제로 다양한 전통문화 전시와 민속 체험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박물관, 제주민속촌박물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16~18일)과 연계해서는 가족과 청소년 대상의 교육프로그램과 체험행사를 공동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소멸위기에 처한 제주의 민속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조사를 구좌읍 하도리와 안덕면 덕수리에서 각각 벌이고 있습니다. 조사 후에는 기록물로 발간할 예정이고요.

“왕 봅써예!(와 보세요)” 16일 전국 초·중·고교생 1000여 명이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제주사투리 글짓기경연을 벌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주관하는 제11회 전국청소년민속백일장인데 ‘민속’을 주제로 제주방언과 운문, 산문부문에 걸쳐 진행됩니다. 제주사투리와 역사를 배우는 퀴즈대회도 열리고 사투리가 가미된 어린이마당극 ‘똥벼락’공연도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제주를 시작으로 10년간 전국 사투리를 녹취해 원형을 보존합니다. 국립국어원과 함께 제주사투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도 추진한답니다. 제주사투리와 민속 문화 속으로, 풍덩~ “빠져보게마씸!(빠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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