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지리지’ ‘동국여지승람’등 탐진현 도서 가운데 ‘碧浪’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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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랑국, 그 뱃길을 찾아서<3> 고지도와 문헌에 나타난 벽랑도
앞서 살펴 보았듯 탐라와 탐진은 오랜 고대 뱃길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연결하는 중요한 해상문명의 실크로드이기도 하다.

필자는 ‘동국여지승람’에 ‘벽랑도(碧浪島)’가 기록된 것을 확인한 후 그 위치가 어느 곳인가를 알아내기 위하여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그 후 다시 고산자의 ‘대동여지도’와 ‘동여도’에서 벽랑도가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필자는 이 지도를 들고 완도 ,해남, 진도, 고흥반도 등지로 고산자가 밟았던 발길을 따라 나섰다. 그러나 찾고 있는 ‘벽랑도’는 지도와는 다른 위치에 그려져 있었다. 다시 청산도, 보길도, 소안도 등 크고 작은 섬을 뒤지고 다녔다. 벽랑도의 크기는 사방이 4리로 표시돼 아주 작은 섬이다. 이런 규모의 작은 섬을 현재 지도와 비교하면서 찾았다.

지난 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수 차례 옛 탐진현의 여러 섬들을 찾아 떠났다. 망태를 짊어지고 깊은 산 중에서 산삼을 캐는 심마니처럼 떠 다닌 것이다.

공제 윤두서가 그린 지도를 보려고 해남 녹우당을 찾은 것도 이 때 였다. 그러나 유리 상자에 보물로 전시된 점으로 미뤄 남아 있을 것으로 판단한 그 작은 섬을 찾기란 쉬운일이 아니 였다.

벽랑도가 분명 이 땅 어디엔가 있다는 확신은 섰지만 미로의 갱도에서 금맥을 찾는 것과 같은 심정이였다. 찾고야 말겠다는 하나의 신념 뿐이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은 필자 자신에게 내려치는 채찍질이었다. 벽랑도를 찾겠다는 그 의지는 접을 수가 없었다.

나라 잃은 설움을 여기서 또 한번 느낄수 있었다. 이 세 공주가 살았다는 벽랑국이 자꾸만 떠 올라 밤잠을 설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1454년 간행된 ‘고려사 지리지’에 전라도 장흥부 속 탐진현 도서 가운데 벽랑도가 있음을 시작으로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나타난 지도만 떠 올린 것이다.

이어서 1861년 ‘동여도’와 1864년 고산자의 ‘대동여지도’에 이르기 까지 벽랑도는 엄연히 나타나고 있지만, 지금은 그 이름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이 나라 이 땅에 있는 것만은 분명한데 그 자태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동여지도’가 그려진 이후 얼마 있어서 한반도는 일본의 점령하에 들어 가면서 벽랑도는 지도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나의 온 몸은 전기에 감전된 듯이 떨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를 벽랑도가 서서히 시인거리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 할수 있었다.

필자의 가슴은 어찌 보면 파도보다 더 거친 호흡으로 온몸을 흔들고 있었다.

다도해 깊숙이 진주처럼 박혀 있는 벽랑국의 위치를 최종확인하는 순간 꿈만 같았다.

다시 뱃길을 물어 물어 그 곳에 갈수 있었다. 그 섬 꼭대기 산봉우리 양지바른 바위 곁에 탐라를 향해 아담한 자소각(紫宵閣)이 있었다. 지금은 설날 전일부터 마을사람들의 풍년과 안녕을 축원하는 신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매년 이곳에서 바라 보는 수평선위에 희미하게 나타난 한라산이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상의 어떤 감탄사를 먼저 골라야 할지 입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이 봉우리에서 낮선 탐라로 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아마도 필자 같았으면 흔들던 손수건이 흥건하게 적셨을 것이다.

이 조선 땅에서 잃어버린 왕국이 어디 벽랑도 뿐이랴. 이 땅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크고 작은 산맥과 산하! 그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줄기와 만나는 초록빛 다도해에 새 봄과 함께 이 역사의 현장을 만난 것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얼룩진 역사의 아픈 상처를 딛고 나타난 벽랑도가 수 천년 영욕을 안고 벽랑국이라는 사실을 확인 할수 있었다.`<채바다 ·고대 항해탐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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