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소매점에서 파는 제주산 노지감귤 값은 ㎏당 2700원이었다. 하지만 해당 감귤을 생산한 서귀포 농가에게 돌아간 돈은 1302원으로, 판매가의 48.2%에 그쳤다.

이는 생산자→도매시장→중도매인→소매상 등의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유통비용이 산지가격을 웃돌 정도로 불어난데 따른 것이다. 상대적으로 농가들은 적게 받고 소비자들은 비싸게 사서 먹는 셈이다.

감귤을 비롯해 도내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 구조가 ‘배보다 배꼽이 큰’ 것으로 조사되면서 가격 경쟁력 강화 등에 발목을 잡는 애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농산물 유통 고비용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온 농업 현안 가운데 하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유통 구조 개선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가 미흡한 실정이어서 행정 뿐만 아니라 생산자단체와 농가 등의 협력시스템 구축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불어나는 농산물 유통비용=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내놓은 ‘2011년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 조사결과 종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쌀과 배추, 감귤, 장미, 쇠고기 등 전체 42개 농축산물의 유통비용 비중은 41.8%로, 전년도 42.3%보다 0.5% 포인트 감소했다.

유통비용은 소비자 판매가격에서 농가 수취가격을 뺀 것으로, 농산물 출하부터 도·소매 단계까지 운송·물류비와 이윤 등을 포함한 것이다.

농산물 유통비용은 유류비와 통행료 인상, 인건비 상승 등으로 직접비가 늘어났지만 유통 단계별 이윤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농산물 유통비용 비중은 2005년 45%에서 2007년 43.4%, 2009년 44.1%, 지난해 41.8% 등으로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실정이어서 농가 소득 정체와 소비자 부담 가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감귤 등 제주 농산물도 부담=이번 조사 결과 감귤을 비롯해 당근과 양파, 마늘 등 도내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은 더욱 늘어나면서 농가 수취가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귤의 대표 경로인 서귀포→서울간 유통비용은 1398원으로, 소비자 판매가(2700원)의 51.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50.9%)에 비해 0.9%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그만큼 농가 수취가는 48.2%로 줄었다. 감귤 유통비용 증가는 운송비와 포장재비 등의 인상으로 직접비가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감귤의 평균 유통비용 비중은 56.1%로, 농축산물 전체 평균(41.8%)보다 15% 포인트 높은가 하면 다른 과일류인 사과(42.8%)와 배(46.7%), 단감(44.8%), 포도(46.9%), 복숭아(37.9%)에 비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귤 뿐만 아니라 도내에서 생산되는 밭작물 주요 작목인 당근(66.6%)과 가을감자(54.5%)의 유통 비용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아 농가에서 거둬들이는 소득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육지부 지역에서 조사한 양파(71.9%)와 마늘(56%), 봄무(65.4%), 돼지고기(38.9%) 등의 유통 비용도 과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비용 군살빼기 해법은=농산물의 과다한 유통비용은 영세한 소농 구조 등으로 산지 생산 유통 기반이 취약한데다 소비지 판매지까지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생산자단체인 농협 등은 산지 생산자 조직화 및 규모화는 물론 산지유통센터 등 시설 확충, 물류 효율화, 직거래 활성화 등의 유통 구조 개선방안을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인 경우 근본적으로 유통 과정에서 운송과 포장, 선별, 하차 등 고정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우선적으로 생산자의 유통 창구를 대규모로 묶어 시장 교섭력을 높이면서 물류비를 줄이기 위한 대안 모색이 요구되고 있다.

aT 관계자는 “감귤의 유통 비용은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나 미국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편”이라며 “결과적으로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유통 단계에서 군살을 빼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