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발표된 제주지역 중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에서 도내 최고령 합격의 영광을 안은 강인열 할머니(71.남원읍 위미2리)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평생 학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살던 강 할머니가 검정고시에 도전하려고 마음을 먹은 건 지난해 9월 인근 서귀포 시내에 있는 오석야간학교에 다니면서부터다.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야간에는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결국 9개월여 만에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광복이 되던 1945년 당시 위미국민학교(현 위미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강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 그나마 있던 집이 4.3사건으로 인해 불에 타고 뒤이어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결국 학업의 꿈을 접어야 했다. 강 할머니는 23세에 결혼해 당시 대학생이었던 남편의 뒷바라지를 도맡아하다 52세가 되던 해 남편과 사별한 후 물질과 밭일 등 온갖 일을 하며 지금의 3남2녀를 키워냈다.
강 할머니의 셋째 아들 오철성씨(현 남원읍 연합청년회장)는 “어머니 혼자 힘든 밭일을 하면서 자식들 모두 대학 4년 공부를 시키셨다”며 “어머니가 고령에도 검정고시를 보시겠다고 하실 땐 솔직히 놀랐지만 이렇게 해내신 걸 보니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요즘도 목요일이면 강의를 듣기 위해 직접 제주시 노인대학까지 찾아가고 야간에는 매일 오석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배움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여느 젊은이 못지 않은 강 할머니의 배움에 대한 열정 앞에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남원=현승철 기자> yuni@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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