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박정희 의장의 세 번째 제주방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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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도로 조기 완공하도록 행정력 집중하라”
혁명정부이후 추진중인 사업 현황 파악위해 제주방문
“한라산 횡단도로가 앞으로 관광도로로 각광받을 것”
직접 소장 계급장 달아주며 개발사업에 대한 노고

혁명정부가 들어서고 내가 지사에 부임한지 만 2년이 되던 1963년 5월 중순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이 제주도를 방문하겠다고 내게 연락을 해왔다.

 

박 의장의 제주 방문은 혁명정부 이후 과감하게 보조해 추진중인 사업들인 한라산 횡단도로 포장 사업, 간이급수시설, 심정굴착, 4·3이재민 원주지 복귀사업 등 개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 의장의 제주도 방문은 강기천 최고회의 법사위원장, 김재춘 중앙정보부장, 이후락 공보실장, 박경원 내무장관, 장경순 농림장관 등 각료와 함께 2박3일의 일정이었다.

 

박 의장은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 자리 말고도 대통령권한대행이라는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었을 때였다.

 

또 그 때는 제주도가 물 문제를 해결하고 개발을 위한 재일동포의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했으며 도로가 확충되고 도내외 교통망을 갖추는 등 제주도 전역에 걸쳐 개발과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었 다.

 

특히 제주도 개발의 상징이던 한라산 횡단도로 포장 개통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고 최고급 관광호텔 공사를 벌이고 있었으며 4·3이재민의 원주지 복귀사업도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던 때였다.

 

그야말로 혁명정부의 출범부터 제주도는 개발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고 그 결실을 맛보기 시작하면서 어느 지역보다 개발의 성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몸으로 느낄 수 있던 시기였다.

 

박 의장은 5월24일 전라남도 시찰을 마치고 광주서 제주도를 향해 비행기를 탔으나 갑자기 나빠진 기상 때문에 제주비행장에 내리지도 못한 채 아쉽게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 의장은 그로부터 9일 뒤인 6월2일 김재춘 중앙정보부장, 제주도 출신인 공군 소장 박충훈 상공부장관, 조성근 건설부장관, 박경원 내무부장관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다시 제주를 찾았다.

 

박 장관은 이에 앞서 2월 초 상공부차관에서 장관으로 승진한 상태였다.

 

박 의장은 당초 예정보다 2시간 빠른 오후 3시쯤 제주비행장에 도착했고 공항으로 영접 나온 각급 기관장과 유지들과 반갑게 웃으며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박 의장은 공항에서 곧바로 한라산 횡단도로 포장 공사가 진행중인 산천단 현장을 찾아 둘러보았다.

 

박 의장은 한라산 횡단도로 포장 공사 현장을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횡단도로 포 장공사를 하루라도 빨리 조기에 완공해 도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시키라”고 지시를 했다.

 

박 의장은 또 “한라산 횡단도로 포장공사는 한라산을 개발하는 것이고 앞으로 관광도로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며 “중산간 마을의 개발도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의 기분이 매우 좋아보였고 만족한 것 같아 나 역시도 기뻤다.

 

박 의장의 최고의 관심사가 바로 한라산 횡단도로의 포장 공사였던 것이고 조금이라도 빨리 그 성과를 보고 싶어했던 것이다.

 

한라산 횡단도로 포장 공사는 나의 제안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지만 중앙정부 관료 등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 의장이 직접 결단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박의장이 제주도를 방문한 이유중 하나도 바로 혁명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한라산 횡단도로 포장 공사의 진척사항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했기 때문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박 의장은 혁명정부가 과감하게 투자한 제주도 개발상황이 생각했던 대로 눈에 보이게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는 내게 “수고했다. 고생이 많다”고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는 박 의장은 소장 진급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내게 직접 소장 계급장을 달아주며 축하해 줬다.

 

소장 진급 때는 보통 국방부장관이 계급장을 달아주는데 박 의장이 직접 달아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 의장은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으로 막중한 위치에 있던 만큼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을 때였으나 언론에는 모습을 거의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기자들은 박 의장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고 그의 육성을 듣고 기사화하는 것 자체가 특종으로 연결되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박 의장이 제주도를 찾은 것 자체가 대단히 의미 있는 일로써 혁명정부와 박정희 의장, 제주도개발을 하나로 인식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여기에 10월에는 민정이양을 위한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어 박 의장의 출마 여부가 언론과 국민들의 최고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박 의장의 제주 방문 일정에 동행한 제주지역 기자들은 이후락 공보실장을 상대로 집요하게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를 말해 달라고 요구 했다.

 

이 실장은 기자들이 “박 의장이 언제 군복을 벗게 될 것이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라는 잇따른 질문에 “제주도에서는 정치 발언은 일절 하지 말라는 엄명이 있었다”는 답변으로 넘겨야 했다.

 

한라산 횡단도로 현장을 방문한 후 박 의장은 처음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처럼 도지사 공관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 아침 서귀포로 이동했다.
정리=강영진 정치부장
yjka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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